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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북모닝 CEO에 보낼 원고입니다.


핵심에 집중하는 기업 닌텐도

 

닌텐도 이야기

 

닌텐도는 애플과 더불어 많은 매체와 책에서 다루어지고 있으며 흥미진진한 주제거리를 던져주는 기업입니다. 이 책 역시나 좀처럼 공개되지 않던 닌텐도 내부 사정을 경영자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자세히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입니다. 일반적인 책처럼, 닌텐도의 역사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닌, 세계 최고의 게임 기업으로 거듭나게 해준 닌텐도 DS Wii를 중심으로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구성 자체가 책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또한 국내 IT 기업에게도 많은 교훈을 줄 수 있는 요소도 포함되어 있어서 이런 저런 생각을 들게 하는 책입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이 널리 보급되고 플레이스테이션2가 시장을 장악하면서 닌텐도는 위기를 맞게 됩니다. 콘솔 전쟁이라고도 불리는 이 시기에, Xbox를 앞세운 마이크로소프트의 참여로 인해서 점차로 경력한 전쟁으로 치닫게 됩니다.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하드웨어의 성능은 급속하게 발전하여, 게임기의 성능이 당시의 슈퍼 컴퓨터와 비슷한 수준에 까지 이르게 됩니다. 이런 시기에 닌텐도의 게임기들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과 같이 저사양의 제품을 발표하게 됩니다. Wii만 보더라도 하드웨어 성능에 있어서는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3 MS Xbox360의 약 절반 정도 수준에 밖에 미치지 못합니다. 하드웨어적으로 뒤떨어진 성능을 가진 닌텐도의 게임기들이 어떻게 게임기 시장을 제패할 수 있었을까요?

 

본질을 파고 들어라 !

 

소니와 MS 등은 하드웨어적으로 뛰어난 성능의 게임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서 게임 소프트웨어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 자체도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증가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하드코어 게이머라고 불리는 게임광들에게는 이 자체가 커다란 축복일 수 있습니다. 보다 뛰어난 그래픽과 성능은 게임의 몰입감을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보다 복잡한 게임전개는 이런 게임광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일반 게이머에게도 축복이었을까요? 답은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게임이 점차 화려해 지고 복잡해 짐에 따라 개발비 상승으로 인해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는데 드는 비용도 상승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비용적인 측면을 제외하고도 일반적인 게이머 입장에서는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학습(?)이 필요한 시대가 도래한 셈입니다. ,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복잡한 시스템을 이해해야만 하고 또한 이를 위한 리뷰나 공략 등을 인터넷에서 찾거나 심지어는 책을 구매해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게임 하나를 하기 위해서 공부를 해야 한다니, 예전의 간단했던 게임에 비하면 일반 게이머에게는 스트레스가 생겨도 이상하지 않은 현상이 되었습니다.

 

닌텐도의 고민은 이런 트랜드와도 궤를 같이 합니다. 게임을 즐기던 사람들이 나이를 들어감에 따라 점차 게임에서 멀어지고 있으며, 복잡한 시스템의 도입으로 인해서 게임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을 인지하게 됩니다. , 시장이 고성능 하드웨어의 등장으로 인해서 점차로 왜곡되어 가고 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시장 자체는 성장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됩니다. 여기서 닌텐도는 이런 하드웨어 경쟁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게임의 가치인 재미놀라움에 집중하기로 결정을 합니다. 하드웨어적으로 아무리 뛰어나도 모든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수 없다면 게임의 존재 가치가 필요 없어진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소프트웨어적인 사고

 

닌텐도에게는 명시적인 사훈이나 회사의 미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경영 컨설턴트나 경영학자가 닌텐도가 아닌 이런 회사를 발견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있어 날까요? 마치 큰 일이 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도 모르겠습니다. 명확한 목표와 미션이 없이 그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릴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닌텐도의 경우는 명시적인 사훈은 없을지라도 암묵적인 동의에 의해 재미놀라움을 추구하자는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회사 경영자의 카리스마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고 경영진에 의해서 닌텐도 DS의 아이디어를 물려주고 이와타 사장에 의해서 이를 실현시킵니다. 또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두뇌 트레이닝은 이와타 사장이 직접 만든 제품입니다. 닌텐도의 게임들은 폭력적이거나 자극적인 게임들이 거의 없습니다. 이보다는 교육적인 효과가 있거나 아기자기한 재미를 줄 수 있는 쉽고 간단한 게임들이 많습니다. 닌텐도가 하드웨어를 제작하고 이를 통제할 수 있는 기업(플랫폼 홀더라고 부름)이기 때문이며, 암묵적인 사훈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닌텐도 DS Wii 가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이런 본질적인 가치를 충실히 지키기 위한 것이 초석이 되었습니다. 또 하나, 현재의 닌텐도를 만든 성공 요인은 소프트웨어적인 사고로 발상의 전환을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두 개의 화면과 터치 스크린을 이용하는 닌텐도 DS는 하나의 스크린만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휴대용 기기와 게임기의 발상을 허문 대표적인 예입니다. 두 개의 화면을 이용해서 각기 다른 내용을 보여주고, 터치 인터페이스를 통해서 보다 재미있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또한 휴대용 게임기는 애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으로 치부하던 성인층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게임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하고 이를 실현했기에 현재 전세계적으로 1억대 이상 판매를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애플과 닌텐도, 그리고 대한민국

 

애플과 닌텐도는 묘하게도 닮아 있습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개발하는 점도 그렇고, 애플의 아이팟, 아이폰처럼 모든 연령층의 사랑을 받는다는 점도 그렇습니다. 위기를 기회삼아 현재의 성장을 이루어 낸 점도 그렇습니다. 물론 근본적인 차이점도 존재합니다. 오락을 중심으로 하는 기호품을 생산하는 닌텐도와 하이테크 제품이며 생활 필수품을 생산하는 애플 사이에는 분야가 서로 다른 셈입니다. 닌텐도의 경우는 생활 필수품이 아닌 기호품을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보다 많은 사람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유지시켜 줄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불리한 점이 있습니다. 그런 치열한 고민이 있기에 다양한 재미를 줄 수 있는 제품들이 출시되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Wii fit 처럼 일상생활과 운동을 결합시켜, 재미를 뛰어넘는 유익함을 제공해 주는 제품이 탄생하기도 하고, 파괴적이고 선정적인 게임이 아닌 유익함과 단순한 재미를 추구하는 두뇌 트레이닝 시리즈같은 제품이 개발되기는 합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시대적인 조류에 뛰어들려 하고 있습니다. 하드웨어적인 사고를 중심으로 발전을 이루어낸 IT의 경우, 아이폰의 등장으로 이제 하드웨어 중심이 아닌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시장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입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하드웨어 중심의 사고가 기업과 정부에 널리 퍼져 있다는 점은 미래가 그리 밝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 등장한 아이폰은 이러한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입니다. 국내 판매 대수가 40만대 넘어서고 그 자체로써는 아주 폭발적인 판매량이라고 볼 수 없지만, 국내 대기업에 미치는 파급력은 엄청납니다. 이제 하드웨어를 잘 만드는 기업은 세계 일류가 될 수 없다는 점이 여실히 증명되었기 때문입니다. 닌텐도의 경우는 최고의 하드웨어를 개발한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성숙된 기술을 조합한 하드웨어를 생산하고, 이를 기반으로 삼아 소프트웨어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현재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었습니다. 최고 사양의 핸드폰으로 아이폰을 이길 수 있을까요? 단순히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다는 하드웨어적인 장점으로 아이폰을 이길 수 있을까요? 이는 그저 단순한 마케팅의 공허한 문구에 불과합니다. 보다 근본적인 핵심을 파고 들어야 할 때입니다.

 

비록 하드웨어적인 사고를 소프트웨어적인 사고로 전환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우리나라의 미래가 암담하다고 단정짓기는 힘듭니다. 예전에 IT 제품들이 다양한 기능으로 승부하던 시대에서 디자인을 중심으로 하는 시대가 도래했을 때의 경험을 되새기면 됩니다. 해외에 비해서 디자인을 경시하던 풍조에서 디자인을 최우선으로 하여 고품질과 뛰어난 디자인의 월드 베스트 제품을 만든 소중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빠르게 소프트웨어적인 사고로 발상을 전환하면 됩니다. 그 동안 말뿐이었던 소프트웨어적인 사고를 이제는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시기가 온 셈입니다. 이를 달성하는 기업은 살아남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될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입니다.

2010/04/01 13:30 2010/04/0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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