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기업인 삼성과 소니에 대해서 세밀하게 분석한 책이다. 최근에 삼성은 초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하였으며 브랜드 가치도 급상승하게 되었다. 심지어는 소니도 삼성을 배워야 한다는 얘기도 여기 저기에서 흘러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저자는 비록 소니와 삼성이 그 출발점은 다르지만 직접적인 경쟁 상태에 있기 때문에 비교 분석하는 것이 의미 있다는 전제하에 소니의 사업과 삼성의 사업에 대해서 전략, 사업, 의사 결정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증권사 보고서처럼 도표와 숫자를 이용하여 설명하고 있다.
소니는 이미 정상에 서봤던 기업이고 삼성은 이제 정상에 서있는 기업이다. 비슷한 듯 다른 핵심 역량과 의사결정 구조, 그리고 사업의 비전을 가지고 있다. 현재 소니는 위기에 처해있으며 성공받고 인정받았을 때 혁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처럼 냉정한 평가 속에 헤메고 있다. 삼성은 어떨까? 삼성은 소니와 다르게 제품 자체로 승부를 거는 기업은 아니라는 점이다. 빠른 의사 결정과 다양한 사업군에서 시너지 날 수 있는 부품을 기반으로 한 빠른 생산과 유통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지금처럼 소비자 필요와 욕구가 다양해 지고,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서 프로슈머도 생겨나고, 스피드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요소로 대두되고 있는데 이런 시기에 적합한 기업이라는 평가이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는 삼성이 잘 나가는 기업임에는 틀림없다. 그렇지만 소니가 실패한 것처럼 관료주의와 지나친 자만감에 빠져서 실패를 겪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건희 회장을 필두로 해서 지금은 해체한다고 발표한 전략기획실(예전 구조본)의 빠른 의사 결정 구조와 리더쉽으로 인해서 성공을 하고 있지만 이런 집권적 체계하에서 소홀히 할 수 밖에 없는 창의성의 부족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데 약점을 가지고 있다. 지금과 같이 방식으로 미래에도 삼성이 생존할 수 있을까?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주장한 파괴적 혁신을 추구하던 기업은 소니로 볼 수 있고, 존속적 혁신에 능한 기업은 삼성으로 볼 수 있다. 둘 다 기업이 존속하는데 필요한 요소이며, 소니는 파괴적 혁신을 비전으로 삼았지만 내부 조직의 문제, 리더십의 문제 등으로 중복 개발과 리소스 낭비 등으로 실패를 맛보았다. 현재 블루레이와 같이 새로운 표준으로 인정받으면서 서서히 다시 일어나는 모습이다. 삼성은 존속적 혁신에 능한 기업이지만 이제 내부 그룹간에 경쟁으로 인해서 시너지 효과가 감소할 위기에 처해있다. 메모리 사업부와 DM 총괄은 메모리 가격의 문제로 같은 기업이 아닌 이익을 위해서 협상해야 하는 잠재적 경쟁자로 전락하고 있으며 이런 일이 지속된다면 존속적 혁신도 멈출 수 밖에 없다. 이 책을 통해서 소니의 실패에서 배우고, 자신의 강점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삼성이 지속적인 혁신을 해야만 앞으로 10년 후 20년후, 100년 후에도 존속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 비자금 사태로 세간의 화재가 되었었다. 시간이 오래 지나지 않았지만 다른 시끄러운 문제로 미디어에서 조용하다. 이슈가 되는 시기에 책이 나와서 판매량도 덩달아 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용 자체도 흥미롭고 잘 분석되어 있어서 재미있는 소설 책을 읽는 맛도 있다.
삼성과 관련된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두 번 정도 놀란적이 있다. 하나는 벤처 기업에 근무할 때 항상 을이었으며 심지어는 계약할 때 정까지 가본 기억도 있다. 삼성과 우연히 함께 일해야 할 때가 있었는데, 힘없고 이름없는 벤처기업이었지만 깍듯하게 파트너로 대하는 영업 사원의 모습에서 교육이 잘 되어 있고 다른 기업에 비해서 제대로 된 회사라는 인상을 받은 적이 있다. 물론 모든 삼성 영업직에 있는 사람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좋은 느낌을 강하게 받은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갑의 위치에 있지만 에전에 느꼈던 을의 비애(?)를 알기에 파트너로서 최선의 매너를 보일려고 노력 중이다.
한 번 더 놀랬었던 기억은 후배 녀석이 삼성에 입사하고 몇 달 지나지 않아서 만났을 때이다. 삼성이 좋은 기업인 것은 알지만, 신입 사원 교육을 끝마치고 만난 후배는 삼성에 지나친 충성심(?)과 자만심으로 똘똘 뭉쳐져 있는 모습에 자못 충격적이었다. 삼성 교육 시스템의 위대함(?)을 새삼 깨닫게 됐지만, 삼성이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고 있다는 둥, 삼성 없으면 우리나라가 망한다는 둥, 그러니 삼성이 최고의 기업이라고 뽐내는 모습에 조금은 의뭉스런 생각이 들었다. 삼성이 기여하는 바를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겸손할 줄 모르고 닫힌 시각을 가지게 해서 얻어 지는 것이 무엇일까? 써먹기에 좋은 직원이 되겠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저 평범한 회사원 하나를 만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창의성이 중요하고 천재 한 명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일반 직원들의 창의성만 키워도 천재 몇 명 분의 일은 충분히 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씁쓸한 기억이었다.
자기 혁신을 하지 않는 기업이나 개인은 항상 흐르지 않는 호수와 같다. 언제 어떤 일도 호수의 물이 넘칠지, 아니면 지나치게 고여 있어서 섞어 버릴지도 모른다. 항상 변화하려고 노력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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