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시골집에 다녀올 일이 있어서 주말에 내려갔다 왔다. 어릴 적 사용했던 내 방은 창고의 용도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예전 앨범을 찾으려고 들어갔다가, 오래 전에 읽었던 책들이 책꽂이와 책상에 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책이 집 수리를 하면서 방치되어 몇 박스 분량이 곰팡이 쓸어서 버려지고 그나마 지금 남아 있는 책들도 노랗게 빛 바랜 모습으로 남아 세월의 흐름을 느끼며 감회에 젖어 들게 해줬다. 예전에 읽던 책들이 대부분 소설 쪽이었으며, 예전에 읽었던 책들의 제목이 눈이 띄었다. 생생한 묘사에 움찔했던단종애사’, 헤르만 헤세의 노르웨이의 숲’, ‘난장이가 쏘아올린 공’, 박경리의 토지등등......몇 권을 살펴보다 보니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면서 오래된 책 특유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곰팡이 쓸어서 냄새가 나는 책이면서도 친숙하고 향수를 일으키는 책의 향기는 과연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요즘처럼 IT 기술이 발전하고 급속하게 신기술이 개발되는 시대는 이전에는 없었다. 몇 년 전인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전자책 리더라는 제품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적이 있다. 종이로 된 책이 아닌 전자기기로 구성된 전자책을 통해서 책을 읽을 수 있으며 이가 곧 독서의 미래인양 각종 매체에서 수 많은 기사와 장미빛 전망을 쏫아냈다. 그러나 결과는 현재 그 명맥만이 유지되고 있으며, 인터넷에서는 e-book이라는 형식(대부분 PDF의 형식으로)으로 배포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전세계 최대의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에서 킨들이라는 전자책 장비와 제한된 개수의 전자책을 팔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휘어지는 디스플레이가 개발되어 이제 종이 책과 비슷한 전자책이 출현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 오직 종이로 된 책이 주는 향기이다. 지금 세대가 아무리 디지털 기기에 거부감이 없고 익숙하다고 해도 책이 없어지거나 수 십년 내에 박물관에나 전시되는 시대가 오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디지털로 대체될 수 없는 책의 아날로그적 감수성이 현대인의 DNA 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책이라는 것을 구시대적인 매체로 생각하고 기술의 발전에 따라서 없어져야 한다는 기술 우위 논리로 바라보는 시각은 아직은 시기상조이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DNA 속에 수 백년, 수 천년에 걸쳐 이루어진 일들에 대한 기억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어서 새로운 것들을 추구하면서도 과거의 향수를 무의식적으로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와인의 경우를 살펴보자. 흔히 와인하면 유리병과 코르크 마개, 그리고 그 종류를 셀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한 빈티지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지만 과학적으로는 이런 용기 보다는 알루미늄 캔의 형태로 보존하는 것이 맛과 향에서 월등하다고 하며, 실제로 캔으로 판매가 되기도 한다. 캔이 가져다 주는 편익은 보관과 운반이 편리하고 어디서나 마실 수 있음에도 사람들은 이미 기억 속에 와인이라는 단어에 과거의 기억을 배반하려고 하지 않는다.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보급되면서 책이 주는 용도가 많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얼마 전에 읽어본 [디지로그]라는 책에서 이러한 부분을 명확하게 해 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그 책은 디지털에 녹아있는 아나로그적인 내용을 정리하는데 그쳤다.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즉시성은 정보를 전달하는데 있어서 책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극복한 최고의 장점이다. , 책이나 인쇄매체의 경우는 정보를 수집하고 편집해야 하며 이를 인쇄, 배포해야 하는 단계가 필요한데, 인터넷은 이런 절차를 상당부분 간소화하여 빠른 시간 안에 독자에게 전달할 수 가 있게 된 것이다. 인터넷이 아무리 빠른 시간에 양질의 정보를 전달한다고 해도 책이 주는 감수성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전자기기(대부분 컴퓨터라는 기기)를 통해서 보게 되는 정보는 빨리 받아볼 수 있을지 몰라도 신문을 통해서 보거나 책을 통해서 느끼게 되는 종이에 의한 매력이 없다. 매일 배달되는 신문이 사라지지 않은 이유만 보아도 이는 명확해 진다. 종이 한 장 한 장을 넘기면서 느끼는 느낌을 어찌 모니터에서 훑어보는 느낌과 비교할 수 있을까?

 

책에서 느낄 수 있는 향기는 종이가 주는 향기뿐만 아니라 지식과 여유의 향기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서 습득하는 정보와 지식은, 인터넷의 특징처럼 지나치게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집중해서 습득하기 난해하다. 짧은 지식이나 정보에는 적합할지 몰라도 사고의 폭을 넓히거나 집중력을 기르는데 부족한 감이 있다. 이렇듯 책은 우리에게 상상력이라는 선물과 함께 다양한 향기를 전달해 주는 매체이다. 책과 가까이 하면 할 수록 그 향기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차 한 잔의 여유와 함께 책이 주는 향기를 같이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오늘 하루 책의 향기에 빠져보자.

이전에 작성했던 포스팅 내용을 수정해서 넣을 예정입니다..
2008/03/24 23:52 2008/03/24 23:52

TRACKBACK :: http://blog.bizbookblog.com/trackback/515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오대리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비즈북님. 오대리입니다.
    책 이벤트할 때 지원 포스팅해주신 것 정말 감사드립니다. (__)
    그래서 작게나마 제 마음을 표현코저 책을 보내 드리려 합니다.
    배송에 필요한 사항을 비밀글로 남겨주세요.
    환절기 건강 챙기세요 ^_^

    2008/03/27 15:42
  2. 운짱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어령 선생의 디지로그에 대한 명확한 비판을 해주신 부분에 동감합니다.
    자신의 것으로 부터 배워나갈 줄 모르는 한국사람들에게는 더욱더 책읽기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book.metaschool.org에는 새로운 책읽기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답니다.
    아날로그에 관한 정보를 모으고 있으니 자주 놀러오세요
    글 넘흐 잘읽었습니다.

    2008/03/30 01:32
    • bizbook  수정/삭제

      좋은 사이트 운영하고 계시네요...
      자주 들리도록 하겠습니다...

      2008/03/30 23:51

◀ Prev 1  ...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 437  Next ▶
BLOG main image
bizbook-Think Different !!
경영, 경제, 자기계발 분야 독서 블로그 비즈북 저서 [성공한 리더는 독서가다],[읽어야 이긴다]
by bizbook

카테고리

전체 (437)
Writting4.0 (78)
Book Story 2.0 (182)
Book Column (21)
Internet & Game (47)
NEW Idea (25)
Baby Story 2.0 (20)
Life 3.5 (30)
경영전략,마케팅 (9)
잡동사니 (25)

달력

«   2010/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602629
  • 177448
Tatter & Media textcube get rss
bizbook's Blog is powered by Textcube. Designed by Qwer999. Supported by Tatter &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