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ing4.0/성공한 리더는 독서가다 2007/06/07 14:28 Posted by bizbook

1: 리더스 (Readers) : 성공을 읽는 사람

지름길 찾기

변명 중에서도 가장 어리석고 못난 변명은 "시간이 없어서..."라는 변명이다.

-에디슨

 

김과장은 전대리가 전해준 소식을 들은 후로 사내 인트라넷에 접속해 보아도 인사발령에 대한 내용은 없다. 전대리가 마당발이긴 하지만 가끔 헛소문으로 판명되는 일이 많았었다. 그래도 내심 작은 기대가 있어서 아침마다 공지확인 하는 게 작은 일과로 자리잡았다. 인트라넷을 살펴본 후에 실장과 예정되어 있던 미팅이 생각났다.

 

다음 주말까지 지난 번에 올렸던 기획안을 다시 작성하라는 지시가 있었는데, 김과장이랑 전대리가 자료 조사와 기획안을 작성하도록 해. 지난 번에도 둘이 담당했었으니깐.”

,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번에는 실장님이 지시한 대로 BCG 매트릭스를 사용했는데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 작성해야 합니까?”

이번에는 요즘 유행하는 블루오션 전략에 따라서 진행하는 게 어떨까? 내가 MBA에 있을 때도 이 전략에 대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아티클을 읽은 적이 있는데……”

매번 나오는 MBA 다닐 때 타령을 시작하니 전대리는 또 시작한다는 눈치이다. 매번 지겹지만 김과장은 전대리처럼 내색하지 않고 참았다.

그리고 이번에 제대로 작성 못하면 알지? 김과장이랑 전대리 인사 고과는 D, D. 명심하라고. 보너스라도 받고 싶으면 제대로 작성해.”

실장은 김과장과 전대리에게 윽박지르듯이 얘기한 후에 미팅룸을 나갔다.

남겨진 김과장과 전대리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나 저나 매번 지겹지 않으세요? 그 놈에 인사고과랑 보너스는 뭔지. 맨날 협박이야. 아주 지겨워 죽겠어요.”

이제 적응할 때도 되지 않았어? 너무 신경 쓰지마. 그나저나 전대리, 이 책 읽은 적 있어?”

아뇨, 과장님은요?”

워낙 유행하는 책이라서 귀동냥으로 들어본 적은 있지. 이럴 줄 알았으면 한 번 읽어보는 건데. 기사에 보니 S 전자는 이 방법을 전사적으로 도입했다는 얘기도 있던데

저도 그 얘기는 들었어요. 이 책 읽어볼 시간도 없는데 어떻게 하죠? 일단 인터넷 이용하시죠. 제가 검색해서 정리할게요.”

그래, 뭐 꼭 책을 읽어야만 하는 건 아니니깐. MBA에서 아티클을 접했다고 하던데 너무 대충하면 안될 거야. 난 다른 방법을 찾아 볼게. 친구 중에 한 명이 S 사에 다니니 한 번 물어보고 좋은 자료 있으면 구해서 줄게. 일단은 블루오션에 대한 스터디 먼저 하자고

, 알겠습니다.”

전대리의 씩씩한 대답을 들으니 미팅의 지겨움도 조금은 줄어들었다. 전대리는 붙임성이 좋아서 일할 때 활기차게 만들어 주는 분위기 메이커이다. 가끔 뜬금없는 소문을 만들어 내는 단점도 있지만 같이 업무를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같이 일하기에 편하다.

 

 

박팀장, 나 김성열이야. 잘 지내지?”

아 성열이구나. 오랜만에 전화했네. 나야 잘 지내지. 또 경쟁사 정보를 빼내려고 전화한 건가? 하하

사람하고는. 내가 무슨 산업스파이라도 되나. 몇 가지 궁금하게 있어서 전화한 거지.”

이번엔 어떤 게 궁금하신가?”

자네 회사에서 블루오션 전략을 이용해서 기획작업을 많이 한다고 했던데. 혹시 블루오션 자료 좀 구할 수 있을까? 이번에 실장이 여기 나온 전략안을 응용해서 기획안 만들라는데, 책 읽을 시간이 없거든. 부탁 좀 함세.”

, 그 얘기기군. 빙고. 자네 제대로 전화했군. 나도 한동안 죽을 맛이었는데. 전략이나 마케팅도 유행이 있어서 올해는 블루오션 전략이 유행이더군. 책을 사놓긴 했는데 생각보다 분량이 만만치 않더군. 그래서 나도 다른 좋은 방법을 찾았어

그래 그런 방법이 있어? 나한테도 좀 알려주게

하하, 뭐 대단한 건 아니야. 사람 급하긴. 요즘 도서 요약 서비스라는 게 있더군. 밑에 직원이 이걸 구해서 우리 팀은 이걸로 공부했거든. 사실 시간도 없는데 책을 다 읽는 건 낭비같더군. 15페이지쯤되는데 짧은 시간에 엑기스만 흡수할 수 있더군. 내가 자네한테도 메일로 보내줄께.”

아 정말 편한 세상이구만. 진작에 알았으면 고민 안 했을텐데. 고맙네. 나도 그럼 그걸로 공부해야겠어. 아무튼 내가 언제 술 한잔 사겠네

언제 살건데? 언제 한번이란 것도 너무 남용하지 말게나. 어느 사이트에 보니 직장인이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 중에 하나가 언제 한번 만나지, 언제 술 한잔하지. 이런 말이라던데, 하하

친구 좋다는 게 뭔가. 이거 팀장 달더니 친구한테도 뻣뻣하네. 하하. 다음에 또 연락할게

 

 

인터넷을 검색해도 자세히 나와있겠지만, 항상 어딘지 모르게 미진한 느낌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인터넷이 많은 정보를 찾아주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정리되어 있어 마치 잘 기억나지 않는 사건을 단편단편 조각을 모아 퍼즐을 맞추는 느낌이다. 여기에 나온 정보와 저기에 나온 정보를 조합해야 하고 부족하면 다른 곳의 정보를 또 찾아야 하고…….

친구가 보내준 요약본을 인쇄했다. 프린터에서 출력물을 가져오는 길에 오는 길에 본부장을 마주쳤다. 항상 그렇듯이 미소와 함께 온화한 모습으로 사내에서 인기가 많다. 본부장은 흘깃 김과장 손에 들린 요약본을 보고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본부장님. 무슨 일로 내려 오셨어요?”

잠깐 볼일이 있어서 내려왔다네. 자네 요약본을 보고 있나 보군.”

, 책 읽을 시간이 없어서 요약본 읽어보려 구여. 친구 녀석이 좋은 자료를 주더군요. 필요하시면 한 부 복사해 드릴까요?”

허허, 됐네. 블루오션 전략이라, 이미 읽은 책이네. 나중에 정리 삼아 읽어볼 필요가 있으면 연락하지. 요약본에 너무 의지 하지는 말게.”

, 본부장님도 아시겠지만 요즘 일이 많아 놔서요.”

허허, 나중에 나랑 차나 한잔 함세.”

, 저야 감사 드리죠. 조만간 본부장님실로 찾아 뵙겠습니다.”

그러게나.”

흘깃 다시 요약본을 보는 본부장의 눈가에 옅은 웃음이 지어진 것을 김과장은 눈치챌 수 있었다. 자신이 뭔가 잘못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그렇지만 빠른 시간에 원하는 책의 요점만 흡수 할 수 있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의구심은 사라졌다.

 

좀 전에 나눠드린 자료는 저와 전대리가 찾은 블루오션에 대한 자료입니다. 실장님께서 자세히 알고 계시겠지만 나름대로 유용한 기획안 프레임웍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전략 캔버스를 그려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일단 이쯤에서 마치도록 하지. 나도 하도 오래 전에 HBR Harvard Business Review 에서 읽은 거라 잘 기억이 안 나네. 이 자료를 기준으로 작성해. 그리고 이 전략툴 그림을 넣어서 만들어. 이번에 정말 제대로 해야 돼. 못하면 보너스 없으니깐, 알아서들 하라고.”

회의실을 빠져 나가는 실장의 뒷모습을 보면서 전대리는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과장은 전대리가 저런 표정을 지을 때 재미난 일을 발견했거나 소문거리가 생겼을 때라는 걸 알고 있다.

과장님. 그거 아세요?”

? 무슨 재미난 일이라도 있어?”

제가 인터넷 조사하다가 우연히 그 아티클을 발견했는데요. 우리의 훌륭한 MBA 실장이 미국에 있을 때는 블루오션이라는 아티클 자체가 없었더라 구요. 최근 몇 년 전에 나온 걸로 되어 있어요. 아무래도 저 MBA 타령하는 양반이 뻥친 거 같네요. 흐흐.”

전대리도 참. 아마 다른 경로를 통해서 읽었을 수도 있잖아. 너무 사람을 나쁘게만 보지마.”

과장님두 잘 아시잖아여. 실장이 어디 공부하는 거 봤어요? 맨날 예전에 MBA 다닐 때 어땠다, 이런 이론 있었다. 등 다 예전 얘기뿐이잖아요. 겨우 2년 갔다 왔는데 아마 몇 십 년은 우려 먹을 것 같던데요. 성격도 그렇고, 잘난 척만 할 줄 알죠.”

그런 소리 하지 말고, 기획안 얘기나 하자고. 찾아온 자료가 아주 유용하더군. 내가 준 요약본보다 엑기스만 모아놓은 거 같아.”

제가 누굽니까. 검색의 제왕 전대리 아닙니까. 저만 믿으시라고요.”

그래, 그래. 아주 잘했어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퇴근시간이 다가왔다. 회의를 오래해서 인지 김과장은 약간의 두통과 피곤함이 몰려왔다. 그래도 전대리의 얘기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사내 정치꾼으로 소문난 실장이 시간 내서 별도로 공부를 했을 리도 없고 잘난체한 게 맞을 거다.

나도 MBA에나 가볼까. 갔다 오면 진급도 잘되고 연봉도 많아질 텐데. 와이프한테 이 얘기하면 또 싸우기만 하겠군. 허긴 돈도 많이 들고 요즘은 경쟁도 심해서 입학 허가 받기도 힘들다던데. 그럴 시간이 없지. 요즘 시간이 없어서 영어학원도 못 다니는데, MBA는 무슨…’

경영대학원을 나왔지만 국내 대학의 석사 학위를 별반 인정해 주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 문득 MBA에 대한 생각에 들었지만, 준비도 준비려니와 가족과 함께 미국 생활할 자신도 없기에 머리 속에서 지워버리기로 결심했다.

2007/06/07 14:28 2007/06/0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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